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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의 리퀘박스
짙은 해무가 절벽을 타고 넘어와 기어이 사대(射臺) 앞까지 집어삼킨 새벽이었다. 산을 유영하듯 넘실거리는 안개는 매일 보던 공간도 낯설게 만들곤 한다. 한 치 앞 정도만 허락되는 시야도 개의치 않는다.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안개에 가려졌어도 알고 있는 모든 것은 그 자리에 그대로 존재한다. 익숙한 파도 소리가 성찬의 기억을 또렷하게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