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대회가 끝나고 방학이 지나도록 찬영은 그날을 매일 되뇌었다. 이제 놔요. 말은 그렇게 했으면서 막상 원빈의 팔이 떨어지자마자 아쉬워진 자신이 싫었다. 원빈과의 포옹 후 찬영이 화장실을 찾아 들어가는 동안에도 심장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까지 바보가 될 수 있는 걸까. 문을 잠그고 나서야 찬영은 겨우 마음이 놓였다. “아,...
내일 3교시는 학부모 공개 수업. 얘들아 잠들지만 마. 알았지? 아이들은 어차피 아무도 안 온다며 교탁에 선 찬영을 안심하라는 듯 달랬다. 누가 선생이고 누가 학생인지…. 애매한 웃음을 내뱉었다. 통신문을 나누어 주자 곧은 대로 파일에 끼우는 대신 가방에 구겨 넣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듣는 사람 없이 혼자 종례하며 왠지 모를 외로움을 느꼈다. 교실 문을...
찬영네 현관에는 늘 집안 사람의 것이 아닌 신발 몇 켤레가 놓여 있었다. 그중 가장 낡아 보이는 것의 주인은 박원빈. 찬영은 한여름을 선풍기 하나로 버티느라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에어컨이 있는 거실로는 나갈 수가 없었다. 나가려고 문 앞에 서기만 하면 며칠 전 형의 친구들이 찬영에게 심문하듯 부담스럽게 대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원빈이 이것저것...